본문 바로가기
우주이야기

우리는 우주의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138억 년의 시간과 465억 광년의 거리

by lonebean 2025. 11. 28.

우주의 크기 2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우리는 사실 과거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1억 광년 떨어진 별을 본다는 것은, 그 별에서 1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을 지금 내 망막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즉, 망원경은 공간을 당겨보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되감는 타임머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어디까지, 즉 우주의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물리적 한계와, 우주의 나이보다 더 멀리 있는 천체를 볼 수 있는 기묘한 역설에 대해 알아봅니다.


1.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의 한계선

우주 공간이 무한하다고 해도,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은 정해져 있습니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릅니다.

  • 우주의 나이: 약 138억 년
  •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 약 465억 광년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빛이 138억 년 동안 달려왔다면, 거리도 138억 광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왜 실제 관측 거리는 3배나 더 먼 465억 광년일까요?


2. 거리의 역설: 우주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유는 '우주 팽창' 때문입니다. 빛이 지구를 향해 열심히 달려오는 동안, 우주 공간 자체가 풍선처럼 계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1. 과거의 어떤 별에서 빛이 출발합니다.
  2. 빛이 지구로 날아오는 138억 년 동안, 우주 공간은 계속 팽창했습니다.
  3. 그 결과, 빛이 출발했던 그 별의 현재 위치는 우리로부터 465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138억 년 전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지만, 그 천체의 '실제 위치'는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론적 거리의 핵심입니다.


3. 우리가 볼 수 있는 '진짜 끝': 우주 배경 복사 (CMB)

그렇다면 성능 좋은 망원경만 있다면 우주의 시작점(빅뱅)까지 볼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불가능합니다. 우주에는 빛으로 볼 수 없는 **'투명하지 않았던 시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빅뱅 직후 ~ 38만 년: 우주는 너무 뜨겁고 입자들이 뒤엉켜 있어 빛이 빠져나올 수 없는 '불투명한 안개' 상태였습니다.
  • 38만 년 후: 우주가 식으면서 비로소 빛이 자유롭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최초의 빛'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입니다.

우리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우주의 가장 먼 벽은 바로 이 **38만 살짜리 우주의 흔적(CMB)**입니다. 그 너머(빅뱅 ~ 38만 년 사이)는 빛 자체가 갇혀 있었기에, 광학 망원경으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암흑의 시대'**입니다.


4. 벽을 넘어서: 빛 대신 '중력파'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우주의 탄생 순간을 볼 수 없을까요? 과학자들은 빛(전자기파) 대신 새로운 도구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중력파(Gravitational Waves)'**입니다.

중력파는 빛과 달리 물질의 방해를 받지 않고 투과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 원시 중력파: 우주가 탄생한 직후(빅뱅)에 발생한 중력파는 우주의 불투명한 벽을 뚫고 퍼져 나갔을 것입니다.

미래의 기술로 이 미세한 '원시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빛이 닿지 못하는 38만 년 이전의 우주 태초의 민낯을 직접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치며: 관측은 곧 시간 여행이다

"우주는 얼마나 멀리까지 보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거리(km)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과거를 어디까지 되짚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시간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빛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465억 광년이라는 거대한 시공간의 지평선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중력파라는 새로운 눈을 통해 그 너머의 시간을 보려 합니다.

우주의 끝을 확인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결국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 우주는 거대한 거미줄이다? 은하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뼈대 '코스믹 웹' >**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