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구조·거대 필라멘트·코스믹 웹의 실체

 

우주는 우리가 밤하늘에서 바라보는 수천 개의 별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의 구조를 품고 있다. 단순히 은하가 흩어져 있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신경망처럼 연결되고 뭉치고 끊어지는 거대한 우주적 그물(Cosmic Web)*이 펼쳐져 있다. 이 구조는 인간이 상상하는 ‘공간의 빈 곳에 점처럼 박힌 은하들의 세계’가 아니라, 복잡한 중력의 섬세한 균형으로 탄생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에 가깝다. 이번 편에서는 우주가 어떻게 이런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구조를 어떻게 알아내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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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질이 어떻게 모였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빅뱅 직후 우주는 완전히 균일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10만 분의 1 수준의 미세한 밀도 요동이 존재했다. 이런 작은 요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력의 영향 아래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밀도가 약간 높은 부분은 점점 더 많은 물질을 모아 덩어리, 즉 초기 은하의 씨앗이 되었다. 반대로 밀도가 낮은 부분은 주변으로 물질이 빠져나가며 **거대한 공백(Void)**이 형성됐다. 이렇게 수십억 년 동안 이어진 물질 이동의 결과, 우주는 단순히 은하가 균등하게 흩어진 공간이 아니라 고밀도 영역과 저밀도 영역이 반복되는 거대한 패턴을 갖게 된다.

이 패턴이 바로 우주를 이루는 ‘코스믹 웹’이다. 우주에는 **은하들이 중심에 모여 있는 은하단(Galaxy Cluster)**이 있고, 은하단들이 또 모여 **초은하단(Supercluster)**을 이루며, 이들은 다시 **거대 필라멘트(Filament)**라는 길고 굵은 구조로 연결된다. 마치 수백억 광년에 걸쳐 뻗어 있는 우주의 골격처럼 보이는 이 필라멘트는 우주 전역에 퍼져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텅 빈 공간(초거대 보이드)**이 자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가 단순히 무작위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수학적 시뮬레이션이 예측한 형태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패턴이라는 것이다. 즉, 우주는 혼돈 속에서 형성된 무작위적 결과물이 아니라, 물리 법칙이 수십억 년 동안 작동한 끝에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정교한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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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수백억 광년 크기의 구조를 인간은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은하 분포 지도(Galaxy Survey Map)’에 있다. 천문학자들은 수백만 개 이상의 은하 위치를 측정해 삼차원 우주 지도를 그려내는데, 대표적인 것이 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SDSS)와 같은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다. 이 지도를 보면 우주가 정말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2020년대 이후의 관측은 코스믹 웹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까지 추적하고 있다. 초기 우주는 상대적으로 균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필라멘트는 더 두꺼워지고, 은하단은 더 무겁고 거대해지며, 보이드는 더욱 텅 비게 확장되었다. 즉, 우주의 구조는 지금도 변화 중이며, 중력과 암흑물질이 이 과정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암흑물질(Dark Matter)**이다. 우리가 우주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암흑물질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도, 흡수하지도 않지만,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당겨 우주의 골격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암흑물질만을 사용해도, 우리가 실제 우주에서 관측하는 코스믹 웹과 거의 동일한 구조가 나타난다. 즉, 우리가 보는 은하나 별들은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거대한 그물에 매달려 있는 장식물에 불과한 셈이다. 코스믹 웹의 실제 주인공은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 우주 전체 질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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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거대한 우주 구조는 우주의 끝까지 이어질까? 관측 가능한 우주 범위 안에서는 코스믹 웹의 패턴이 꾸준히 반복되지만, 그보다 더 멀리 있는 영역은 알 수 없다. 우주는 균질하고 등방적이라는 ‘대원칙’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관측한 범위만으로 이를 확신할 수는 없다. 심지어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주 구조가 특정 규모 이상에서는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코스믹 웹이 아니라 보다 균일한 우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논쟁 단계이며, 관측 기술이 더 발전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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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은하도 코스믹 웹의 한 가닥에 매달린 작은 노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은하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Laniakea Supercluster)**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있으며, 이는 다시 필라멘트와 보이드가 얽힌 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다.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별과 은하는 우주의 극히 일부, 그것도 한 필라멘트의 작은 돌기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런 작은 존재들이 모여 우주의 전체적인 숨결을 만든다. 코스믹 웹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고 확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연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