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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이야기

우리가 보는 우주의 경계: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진짜 의미

by lonebean 2025. 11. 27.

우주 1편

 

우주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끝이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꺼낸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주의 끝’이라는 표현 자체가 다소 오해를 불러온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가 실제로 말하는 건 우주 전체의 규모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지구에서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 즉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의 범위다. 과학자들은 이 영역의 지름을 약 930억 광년, 반지름을 약 465억 광년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우주의 나이는 겨우 138억 년 정도인데, 어떻게 465억 광년 떨어진 곳을 본다는 말이 되는 걸까? 이 질문부터가 우주 크기를 이해하는 첫 관문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가 이렇게 거대한 이유는, 빛이 지나온 거리와 우주의 팽창이 단순히 “거리 = 속력 × 시간”의 공식처럼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빛이 우리에게 도착하는 동안 우주는 계속 팽창했고, 그 과정에서 빛이 지나온 공간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 거리는 빛이 이동한 거리보다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130억 년 전의 은하를 본다면, 그 빛이 처음 출발했을 때는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지금은 300억 광년 넘게 멀어졌을 수 있다. 이처럼 ‘관측 가능한 우주’라는 개념은 단순한 거리 측정이 아니라, 우주 팽창·빛의 속도·우주 초기 조건이 동시에 얽힌 결과물이다. 그래서 우주의 크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우주론적 시야’를 필요로 한다.


 

우주의 경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주 지평선(Cosmic Horizon)**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와 실제 우주의 범위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에게 도달한 빛이 있는 한, 우린 그만큼의 영역만 볼 수 있다. 마치 안개 낀 날에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처럼,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더 먼 공간은 존재하더라도 확인할 수 없다. 이때 관측 가능한 범위의 끝이 바로 우주 지평선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평선이 절대적인 경계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측 가능한 우주는 계속 넓어진다. 새로운 지역의 빛이 도착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의 더 먼 곳에 있는 어떤 광원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첫 번째 광자’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이는 우주가 고정된 배경이 아니며, 관측의 범위 역시 정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조금 더 현실적인 감각을 위해 스케일을 줄여보자.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우주 전체의 엔진 속 나사 한 개보다도 작다. 태양계를 포함한 우리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 근처의 안드로메다까지는 약 250만 광년, 그 두 은하를 포함한 로컬 그룹 전체는 약 수백만 광년 규모다. 그런데 관측 가능한 우주는 이보다 만 배 이상이나 크다. 더 큰 규모로 올라가면, 은하들이 실처럼 연결된 ‘우주 거대 구조’가 나온다. 필라멘트 구조로 이어진 이 은하벽들 사이에는 텅 빈 보이드(Voids)가 펼쳐져 있고, 그 전체가 서로 얽혀 하나의 거대한 우주망 같은 형태를 이룬다. 사람들은 흔히 이 모습을 ‘우주가 마치 신경망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이런 거대 구조는 무질서하게 퍼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흑물질과 중력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로서, 우주 초기에 있었던 미세한 밀도 요동이 수십억 년 동안 증폭된 장대한 흔적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가 우주의 전체 크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전체 우주는 훨씬 크거나, 심지어 무한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될 뿐, 그 너머까지 포함한 진짜 우주의 크기는 아직 정의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오히려 많은 우주론자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가 전체 우주의 일부 조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마치 어두운 방 한쪽을 손전등으로 비추는 것처럼, 우리가 본 영역만이 ‘알려진 부분’일 뿐이다. 손전등 빛이 닿지 않은 공간에도 방은 계속 이어지듯, 우주 역시 우리가 보지 못하는 더 광활한 영역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우주의 크기를 다루는 문제는 단순한 수치 계산을 넘어, 우리가 우주를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관측이 어떤 한계를 갖는지, 우주가 시간과 함께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주 크기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은 행성에서 시작된 관측이 이토록 거대한 공간을 설명하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인간 기술의 승리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이어가며 우리는 우주가 어떤 구조로 짜여 있고, 왜 이렇게 넓어졌으며, 인류가 어떻게 그 끝을 가늠하려 하는지 계속 살펴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우주의 크기’가 숫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주를 측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 세계에서 인류가 얼마나 먼 곳까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인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