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주이야기

달은 어떻게 지구의 위성이 되었을까? 거대 충돌설(Theia)과 달의 탄생 비밀

by lonebean 2025. 11. 23.

달 1편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달.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자들에게는 가장 골치 아픈 숙제였습니다. "도대체 저 거대한 위성이 왜 지구 옆에 붙어 있을까?"

과거에는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다거나, 지나가던 행성이 잡혔다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아폴로 계획 이후 결정적인 단서들이 발견되면서, 현재는 **'거대 충돌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달의 탄생을 둘러싼 과학계의 치열한 논쟁과, 아직 풀리지 않은 내부 구조의 미스터리를 파헤쳐 봅니다.


1. 과거의 가설들: 왜 모두 실패했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은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들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 분열설 (Fission Theory): 지구가 너무 빨리 자전해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설.
    • 반박: 지구 자전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는 증거가 없음.
  • 포획설 (Capture Theory): 지나가던 천체가 지구 중력에 잡혔다는 설.
    • 반박: 달처럼 거대한 천체가 부서지지 않고 궤도에 안착할 확률은 수학적으로 0에 가까움.
  • 공생설 (Co-formation Theory): 태양계 형성 초기, 지구와 달이 먼지 구름 속에서 같이 태어났다는 설.
    • 반박: 그렇다면 두 천체의 밀도와 금속 함량이 비슷해야 하는데, 달은 철(Iron)이 너무 부족함.

결국 과학자들은 기존 상식을 깨는 더 파괴적이고 극적인 시나리오를 구상해야 했습니다.


2. 현재의 정설: 거대 충돌설 (Giant Impact Hypothesis)

1970년대 이후 등장한 **'거대 충돌설'**은 현재 가장 신뢰받는 이론입니다.

약 45억 년 전, 초기 지구에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 **'테이아(Theia)'**가 비스듬히 충돌했습니다. 그 충격으로 테이아는 산산조각 났고, 지구의 지각 일부와 테이아의 파편들이 우주로 튀어 올랐습니다. 이 잔해들이 지구 주변을 돌며 고리를 형성하다가, 중력에 의해 다시 뭉쳐져 지금의 **달(Moon)**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이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달의 두 가지 미스터리를 해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1. 작은 핵: 충돌 시 무거운 철 성분은 대부분 지구 핵으로 흡수되었고, 달은 가벼운 암석 파편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핵이 작고 밀도가 낮습니다.
  2. 구성 성분: 달 암석의 성분이 지구 맨틀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3. 아폴로(Apollo) 월석이 가져온 충격

이 가설에 쐐기를 박은 것은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온 **'월석(Moon Rock)'**이었습니다.

분석 결과, 달 암석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의 것과 거의 100% 일치했습니다. 이는 달이 태양계 다른 곳에서 온 '남'이 아니라, **지구의 물질을 공유한 '가족'**이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하지만 의문점도 남았습니다. 달의 암석은 지구와 달리 물 분자가 거의 없는 **'극도로 건조한 상태'**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충돌 당시 발생한 초고열로 인해 휘발성 물질(물, 가스)이 모두 날아가 버렸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4. 여전히 남은 수수께끼: 달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나?

거대 충돌설이 큰 그림은 맞췄지만, 세부적인 퍼즐 조각은 여전히 맞춰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중력 탐사 데이터는 달 내부에 이상한 특징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 너무 작은 핵: 달의 핵은 지름 약 500km 내외로, 천체 크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작습니다.
  • 두꺼운 지각: 달의 지각은 지구보다 훨씬 두껍습니다. 이는 달이 생성 직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식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정확한 냉각 과정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 앞면과 뒷면의 차이: 지구를 보는 앞면은 평평한 바다(Dark Maria)가 많지만, 뒷면은 온통 두꺼운 고지대와 크레이터뿐입니다. 왜 앞뒤가 이렇게 짝짝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5. 미래 탐사: 달은 지구의 '기억 저장소'

우리가 달을 계속 탐사해야 하는 이유는, 달이 단순히 밤하늘을 밝혀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달은 지질 활동(화산, 지진)으로 초기 기록이 지워진 지구와 달리, **45억 년 전 태양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과 각국의 달 탐사 계획은 다음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1. 달 남극의 얼음 시추: 물의 기원을 추적하여 충돌설의 세부 시나리오 검증
  2. 심부 시추: 드릴링 로버를 통해 달 깊은 곳의 태고적 암석 채취

마치며

달은 지구의 형제이자, 잃어버린 과거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거대 충돌이라는 우주적 재난이 없었다면, 지금의 지구도, 생명체도, 그리고 밤하늘의 달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인류는 이제 다시 달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잠깐 들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숨겨진 **'잃어버린 45억 년의 역사'**를 완전히 읽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 인류가 50년 만에 다시 달로 가는 진짜 이유 >**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