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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이야기

가까운 듯 먼 '화성(Mars)' 이야기 2편-물이 사라진 행성

by lonebean 2025. 11. 23.

화성 표면의 물 흔적

1. “화성은 정말 처음부터 이랬을까?” — 붉은 표면 아래 숨겨진 질문

지금의 화성은 메마른 붉은 사막처럼 보이지만, 표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드러난다. 곡선 형태의 협곡, 부드럽게 깎인 계곡, 삼각주 모양의 지형들…. 하나하나가 “여기엔 물이 있었다”라고 조용히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같은 질문을 붙잡아 왔다.
“화성은 처음부터 이렇게 황량한 행성이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화성 탐사의 시작점이다. 우리가 붉은 행성을 연구하는 건, 그 안에서 ‘과거의 지구’를 발견할 수도 있고, 지구의 미래를 미리 살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성의 표면은 태고의 비밀이 새겨진 유적지나 다름없다.

과학자들은 이 잊혀진 연대기를 조금씩 해독하며, 과거의 화성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조립해나가고 있다.


2. 물이 흐르던 시절 — 젊은 화성의 전성기

약 40억 년 전, 화성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기 넘치는 행성’이었다고 한다.
당시 화성은 적당한 기온과 충분한 대기압을 갖추고 있었고, 바다와 강이 자연스럽게 유지될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지질학자들은 이 시대를 노아키안(Noachian) 시대로 부르며, 화성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긴다.

이때 화성 북반구에는 지금의 북극해 크기에 맞먹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강이 흘러 바다로 들어갔고, 삼각주가 형성되었으며, 점토 광물이 층층이 쌓였다. 점토는 물이 오랜 시간 존재해야 만들어지는 광물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화성은 단순히 ‘습했다’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안정된 물 순환을 갖춘 행성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생명은 있었을까?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의심한 곳은 바로 과거 호수 바닥과 강이 만나던 삼각주 지역이다. 이런 지형은 미생물 흔적을 가장 잘 보존하는 편이라,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 같은 로버들이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탐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성의 물길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그곳에 남아 우리에게 과거의 가능성을 속삭이고 있다.


3. 화성의 변화 — 대기 상실이 가져온 거대한 전환점

그러나 화성의 황금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행성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이 줄어들면서 핵이 식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자기장이 약해졌다. 자기장은 대기를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존재인데, 이 방패가 약해지자 태양풍이 대기를 직접 때리기 시작했다.
결국 수십억 년에 걸쳐 화성의 대기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주로 사라졌다.

대기가 얇아지면 기압도 떨어진다.
기압이 낮아지면 물은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바다와 강은 빠르게 증발하거나 얼음으로 변했다.
화성 전체가 서서히 건조해지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메마른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후 화성의 주인은 ‘물’이 아니라 ‘바람’이 되었다.
거대한 먼지폭풍은 대륙을 통째로 덮을 만큼 강력했고, 시간 속에서 계곡과 절벽을 조금씩 깎아냈다. 지금의 화성 지형은 이런 바람과 시간의 조합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 변화 과정은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하나의 행성이 생명 친화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맞물려야 한다는 점이다.


4. 지금의 화성 —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완전히 죽지 않은 행성

현재의 화성은 매우 조용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여전히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사이트 탐사선이 기록한 *‘화진(Marsquake)’*은 화성 내부가 완전히 식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내부 열이 미세하게 남아 지각을 수축·팽창시키면서 작은 진동을 만들고 있다.

또 계절에 따라 극지방의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하며 대기압이 미세하게 변한다. 이 변화는 지구처럼 복잡하지 않지만, 여전히 ‘행성의 호흡’이라 부를 만한 움직임이다.
게다가 지하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얼음이 대량으로 남아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소량의 염수가 잠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즉, 화성은 죽은 행성이 아니라 천천히 식어가는 행성, 그리고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가진 행성이다.


5. 왜 화성의 역사 연구가 중요한가 — 지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우리가 화성의 연대기를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외계 생명체가 궁금해서만은 아니다.
화성은 ‘행성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큰 자연 실험이기 때문이다.

자기장이 약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대기가 사라지면 행성의 기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물이 사라진 뒤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 모든 정보는 지구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지구 역시 대기·자기장·내부열이라는 조건 위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변화한다면, 지구도 언젠가 화성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화성은 단순한 이웃 행성이 아니라 지구의 또 다른 미래 시나리오라고도 할 수 있다.


6. 다음 이야기 예고 — 탐사의 시대가 열리다

2편이 화성의 과거를 되짚는 여행이었다면,
3편에서는 인류가 이 잃어버린 역사를 밝히기 위해 어떤 발걸음을 내디뎠는지 살펴볼까 한다.